2015/06/11 02:35

[결혼]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현실로 뛰어들면 어떤 삶을 살게될까. 아직도 가야 할 길

'불안'

양가 상견례와 박람회에서 스드메(스튜디오 웨딩촬영 업체, 드레스 업체, 본식 신랑신부 및 혼주 메이크업 업체 선정)를 결정하고 나면 일들이 착착 진행될 줄 알았어요. 플래너를 끼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박람회의 혜택인지 상담을 해주신 분께서 지금도 주요 일정들을 챙겨주고 계셔요.

야심한 밤, 공부도 토요일 아침에 있는 자격증 면접도 상담준비도 아무것도 되지 않고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어지러진 침대에 누워 고양이를 쓰다듬다가 뒤늦게 화장을 지우고, 로션을 바르고, 우유 한잔을 담아 이글루스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지난 3개월을 돌아보니 '뭐가 그리 불안했을까' 싶지만, 지금도 사실은 불안합니다.

불안의 원인은, 대출도 아닌 양가 갈등도 아닌 지극히 저 개인이 나로 인해 느끼고 있는 불안 입니다.

먼저, 학업.
원래 계획은 5월 말에 석사학위논문계획서를 발표해서 7월에 통과하고 11월에는 본논문 심사를 받아서 2월에 학위를 취득하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상황은 작년 10월부터 점차 이직을 시작한 상담소에 1월부로 완전히 이직을 했고 현재 다니고 있는 상담소에서 예기치 못한 여러가지 압박과 갈등을 맞이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논문 이전에 수료를 위해 졸업시험과 영어시험을 치는데 (솔직히 저는 가볍게 여겼는데) 시험 스타일이 생각보다 벅찼습니다. 쉬운 과목을 고르기보다는 한 교수님에게 편중되지 않게, 지도 교수님 과목은 꼭 포함시켜야 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을 따르다보니 세세한 암기부터 학문 전반을 아우르는 과목까지... 하 ~

여기서 직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하나 덤으로 하자면,

제가 현재 종사하는 분야가 국가자격증이 적고 민간자격증이나 학부, 석박사 학위를 기반으로 임상경험이 중요한 그런 분야인데,
국가에서 8월부로 종사자의 자격기준을 엄격하게 보게될 지도 모른다는... 이유 만으로 넌지시 청소년상담사 라는 국가자격증을 따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게 되죠.

그런데 그 날짜가 대학원 졸업시험 4과목이 있는 주의 토요일이라 저는 정말 매일 매일 아파가는것을 처음 겪어가며 힘든 3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체력을 급격히 떨어지고 논문준비에도 큰 차질이 생겨 원래 계획에서 반년 이상 일정들이 밀리게 되었어요.

논문계획서를 연기하는 것을 차라리 4월쯤 결정내렸다면 좋았을 것을,
논문계획서제출하는 날 까지 악바리 처럼 하다가 그날 결국 포기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막을 내렸어요.

저의 지도교수님은 지성과 미모와 인격을 다 갖추셨지만 ... 그래서 인지,
제자들에게 절대로 인격을 모독하거나 하지 않고, 실력이나 자질보다 노력을 보면서 능력을 끌어올리시는 그런 분 이십니다.
그래서 중간에 강제로 포기시키거나 하지도 않고 내가 해 간 만큼 반드시 피드백을 주시는 분이시죠.

네.. 아마 저는 제가 포기해야 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도 악바리처럼 밤을 새며 계속 진행을 했고 제출기한이 다 차서야 멈춰서서 이 기간내에선 못하겠구나 하며 그만두었어요.

이 둘이 복합적으로 된 진로에 대한 불안도 있어요.
28살인 지금, 3년정도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민간 상담소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상담소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이 계획이 지속이 될지 모르겠어요. 중간에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다음 직장에 이직하는 것이 +1~3년은 기본으로 늦춰지겠죠. 상담자로 살아가며 돈을 벌어야 할 때, 결혼과 출산이라는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고 30대 중반에 이직을 하는 것도 그리 늦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40대가 넘어서 대학원을 다니고 수련과정과 구직을 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제 주변에는 결혼을 하지 않고 계속 임상경험을 쌓고 있는 30대 이상의 여성이 많아서 괜히 상대적으로 느끼는 불안이 묘하게 저를 압박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결혼준비하는 것에 대해 그리 공감을 받지 못할때가 있어요. 대개가 뭘 그리 빨리하냐는 식이니까요.

그래서 부쩍, 계획적인 피임, 출산에 대한 각오가 확고해 지고 있는데 남자친구는 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오히려 자녀없이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이 사람,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향적이고 아직까지 크게 부성애를 느껴본적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예비 시아버님은 좀 철부지 같은 케릭터라 벌써부터 아이를 원하시는 늬앙스를 보일 때가 있어요. 정말 가감없는 분이시죠.ㅎㅎ
저의 어머니는, 허니문 베이비는 파히되 자연스럽게 생기면 낳는편이 좋다고 피임약 먹으면 먹는만큼 나중에 고생한다며... 딸을 시집보낼 때 출산에 문제있을까봐 걱정된다며... 상식에 맞지도 않고 보수적인 말을 가끔식 아무렇지 않게 하실때가 있어서, 발끈할 때가 많아요.
 
그렇게 3개월동안 결혼식 준비에는 별다른 진전없이, 그러나 결혼에 대해서는 끙끙 앓으며 여러가지 불안과 고민을 떠안고
웨딩촬영일이 되었습니다.

피부과를 가거나 마사지를 받는건 꿈에도 못꾸고,
그저 트러블이 올라오지 않게끔 조심하면서 지냈습니다.
1~2일마다 마스크팩을 하고 아이크림, 선크림 꼭꼭 챙겨바른게 다였습니다. 3개월간의 고생?으로 몸무게가 3~4키로 정도 빠져서 어떠한 다이어트도 필요없이...ㅎㅎㅎ 그대로 스튜디오로 직행...ㅋ

제가 제 학업이나 일에 빠지니 결혼준비고 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몸은 상해가고... 결혼을 하면 지금보다 더 강도높은 삶을 살아내야 할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이러는 동안, 남자친구는 무얼 했느냐?

남자친구는 정말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면서 시한폭탄같은 저를 보고만 있었습니다. 아파서 집에 갈 힘이 없으면 회사차를 몰고 학교나 직장까지 와주고, 항상 대기하면서요. 그래서 제가 시험을 다 끝내거나 하니 본인이 덩달아 아프더라구요. 저의 기분이나 몸상태의 영향을 잘 받는 타입이라, 가끔은 제가 속이 좁아 그걸로 서운할 때도 있었어요. 다 끝나고, 홀가분 한 마음으로 남자친구랑 데이트좀 할라치면 골골골 거리니까요. 원래도 마르고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럴때면 걱정도 되고 속상하지만 스트레스도 받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신혼여행 준비 등도 저의 도움이 없으면 잘 안되는 편이에요.
신혼여행을 저에게 다 맞추는 남자친구의 신혼여행관? 때문에... 제가 가고싶은 도시, 장소를 고르고 숙소를 고르면 남자친구는 그게 현실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해주는 수준인데... 일 마치고 집에 불러 검색을 시키면 한숨부터 쉬거나 피곤해하는 날이 많아서 그걸 보면서 그냥 제가 다 도맡아 해버릴 때가 많았거든요. 여행을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그냥 '너에게 맞춰줄게.'라는 식이라서 ...
신혼여행에 대한 기대나 설렘 없이 정말 의무감으로 하고 있는 남자친구를 볼때면 ;이 사람은 결혼하면 그 순간 정말 집돌이가 되어 최소한의 외출과 최소한의 여행을 하며 살겠구나' 싶어요.

'서툴고 시간은 걸려도, 내가 직접 하니까 부딪히고 실망한다. 그래도 현실감각을 가지고 서로를 보게 된다.'
'서로를 배려하고 맞춘다는 것이 어느 한쪽의 포기가 되지 않게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저는 신혼여행지에서 온천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날 생각이에요.
저에게 온전히 다 맞춰준 남자친구, 탕에 몸을 담구며 그때 만큼은 노곤노곤 좀 쉬었음 좋겠어요. 그 온천이 산토리니 해변이 될지, 스위스의 어떤 노천온천이 될 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두서없지만 이래저래 글로 풀고나니 조금 속이 후련하고 편안해 집니다.
전반 3개월이 지나고, 이제 결혼전 남은 3개월이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불안보다 수용이 이뤄지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요..ㅎㅎ

덧글

  • 2015/06/13 02: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공감공감 2015/06/13 12:55 # 삭제 답글

    결혼 한 지 일년여가 다되가는 저는
    스드메며 회사며 뭐며 결혼 전 온갖 잡다한 걱정에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왔었지만 지금은 뭘 걱정했었는지 생각도 안나요.
    결혼하고 나니깐 차원이 다른 또 다른 걱정이;
    지나고 나서야 느끼는거지만 그때 그냥 무심한 듯 패스할껄 괜히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나 싶어요.
  • 2015/09/14 14:3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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